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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탐방

역사문화탐방 - 군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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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봄빛 댓글 10건 조회 1,179회 작성일12-03-30 13:55

본문

 
I. 삶
 
 몇년전에도 장소희 선생이 여자치과의사 모임에 나를 꼬신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산뜻하게 거절했었다. "난 여자들만 많은데는 안갈꺼야!" 그땐 그렇게 살았었다. 영리한 장소희는 이번엔 내 아들을 꼬셨다. "3월 25일에 역사문화탐방이 있거든. 너네 엄마 갔다와도 되지?" "아, 네... 뭐..."  그렇게 해서 무사히 이번 탐방길에 오르게 되었다.
 아들은 고3이다. 그 녀석이 소희 앞에서는 고분고분하다. 나랑 단둘이 있을때는 안그런다. 상상에 맡기겠다. 역시 싱글맘인 동기 OO랑 애 키우는 얘기 하다가 "문은재가 이렇게 살줄 몰랐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도 이럴줄은 몰랐지만 그러나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있다.
 
II. 빛깔
 
  나는 전라도 광주가 집이다. 어렸을때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한옥에 살았었다. 마당 한구석엔 염소도 키우는 그런 집이었다. 그 잿빛 기와지붕의 집에서 대나무로 만든 30센티미터 자로 아버지한테 손바닥을 한대 딱 맞았던 기억이 난다. 겨울철 웃풍 많은 한옥집, 아랫목에 깔아놓은 이불속 자리다툼으로 발길질하다 동생 울리고 아버지한테 맞았었다. 엄마는 수시로 후라이팬으로도 등짝을 때리기도 하셨지만 아버지한테 맞은건 그때가 유일하다.
 
 군산시내를 다니는 버스속에서 내 눈은 그런 잿빛 기와지붕들만 찾고 있었다. 지금은 가게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상점이라고 불렀던 그런 점포들도 몇몇은 보였다. 그리고, 목조 2층집들... 어렸을때 애들끼리 일제시대 집이라고 뭉뚱그려 불렀던 그 집들이 소설책속에서는 적산가옥이라고 불리던게 어찌나 비장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었던지... 우리 어렸을 때도 이미 오래된 집들이었는데 군산에는 아직도 오래된 집으로 실재하고 있었다. 히로쯔 가옥의 오래되어 검어진 목조 구조물들, 정원의 아직 살아있는 나무들... 살아 있는 나무들도 오래되면 밑둥이 검어진다. 이영춘 가옥의 나무들도 오래되어 검고 퉁퉁한 밑둥으로 자신의 세월을 증명했다.
 
III. 삶의 빛깔
 
 삶을 빛깔이라는 스펙트럼으로 얘기하는건 내 군번으로는 아직 쑥스럽다. 그건 그만큼의 내공을 쌓은 사람의 입에서만 자연스럽게 나올수있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어구를 흘려보내지 않고 기꺼이 걸러 캐치하는 필터를 갖추는 것도 그만큼의 내공의 역사가 쌓인 덕분일 것이다. 역사문화탐방에 이 두 분이 다 계시다.
 감히 아직 나 또한 비슷한 빛깔이라고.. 어디 감히..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렇게는 말씀드리기 힘들다. 다만 비슷해지고 싶은 아름다운 빛깔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이제 새록새록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뻤다.
 
 지금 어디선가 치과와 또한 치과 아닌 다른 일들로 일주일이 모두 바쁜 또 다른 그녀들도, 때가 되면 탐방길을 함께 걷고 이렇게 후기도 쓰게 될것이다...
 
 
 * 그리고, 은희언니. 죄송해요... 언니가 해주신 그많은 얘기들이 다 대뇌가 아니고 뇌간이나 연수쯤에 입력되었나 봐요. 다니다 보면 차츰 저도 고등동물로 진화되서 대뇌영역 어디쯤, 전두엽이나 그런데를 쓸수 있게 되기를 바래보아요...
 
 

댓글목록

김지희님의 댓글

김지희 작성일

뭔가 가슴이 아릿해져 오는 느낌입니다...
오늘 봄비가 내렸더라면...^^
다녀와서 기뻤다니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습니다.

멋진 후기 종종 부탁할께요~~~

조진희님의 댓글

조진희 작성일

우와~ 생글생글 웃기만 하고 다니시는 줄 알았는데...
이리도 깊은 상념을 하고 계셨다니
이미 고등 동물이십니다.

실명 전환 해드렸습니다!

김은희님의 댓글

김은희 작성일

사실 이 여행에서 지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열심히 프린트 나누어 주는 것은 대여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레벨(?)을 유지하려고 하는 거지요.
일년에 몇일 가족과 치과를 떠나서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친구들과 즐거운 수다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입니다.
이번에 즐거웠다니 고마워요... 계속 얼굴 봅시다......

김경선님의 댓글

김경선 작성일

항상 우리들은 치과와 또한 치과 아닌 다른 일들로 모두 바쁘지요.
역사문회 탐방길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 선,후배와 함께 하면서
또 다른 일상을 가져 즐거운 시간을 함께 만들어 보아요~.

맘에 와 닿는 후기, 잘 읽었구요~.
앞으로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을 위해 좋은 글과 함께 하는 마음 부탁드려요~. ^^

문은재님의 댓글

문은재 작성일

아이고, 쑥스쑥스... 
대여치 회보에는 살짝 수정해서 나갈 예정입니다. 이건 워낙 사생활 버전이라... 어디 가서 제가 엄
마 후라이팬 얘기했다고 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조진희님의 댓글의 댓글

조진희 작성일

절대 말안할께요..ㅎㅎ

장복숙님의 댓글

장복숙 작성일

덴탈포커스에 나갈 예정입니다.

김윤이님의 댓글

김윤이 작성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최영림님의 댓글

최영림 작성일

한때 찬란한 또는 아픈 역사들도 그 곁의 고목들이 지켜보고 있더군요.  수목이 푸르러 지는 때엔 더 멋질거라는 상상과 나바위 성당뒤 십자가의 길을  혼자 또는 삼삼오오 거닐던 모습이  눈앞에 아련합니다.

문은재님의 댓글

문은재 작성일

덴탈포커스에서 말도 없이 한뭉텡이 쑥 잘라내고 실었네요.  온전한 채로인 글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읽어주셨으니 위안을 삼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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