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요일 이른 아침 찬 공기를 가르며 서울을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정선으로 향했다.
코 끝을 스치는 바람도 신선하고 고속도로 주변에 적당히 어우러진 단풍과 혼자만의 여행이라는 사실이 나를 한껏 부풀게 했다.
최근 삼시세끼라는 예능프로 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원도 정선은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의 하나인 정선아리랑으로 유명하다.
이번 정선여행은 대한여자치과의사회 문화유적답사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평균연령 60세에 육박하는 장년층의 여성치과의사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치과계를 은퇴하신 차혜영 선생님도 동행하셨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이 지나서 도착한 정선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걱정할 정도의 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선으로 여행 간다고 했을 때 정선에 카지노 외에 볼 것이 뭐 있겠느냐는 남편의 걱정을 뒤로 하고 도착한 정선은 조용하고 볼거리도 많은 곳이었다.
처음 도착한 정암사는 서기 645년 지장율사가 창건하였고 불상이 없이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사찰이다.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수마노탑은 높이 9m의 7층 모전석탑이고,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주변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강원도 정선 읍내에 위치한 아라리 촌으로 꼬마 민속촌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세월의 흔적을 거슬러 옛 시절의 정선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가옥을 재현한 민속촌으로 양반증명서를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이벤트도 있었다.
점심으로 먹은 곤드레비빔밥이 너무 맛있고 푸짐해서 옆에 앉으신 박정헌 회장님의 밥까지 빼앗아먹는 바람에 원망을 사기도 했지만 오후에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힘차게 밟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식당근처에 정선 오일장이 있었는데 그날은 원래 장이 없는 날이지만 매스컴으로 늘어난 여행객 때문에 거의 매일 장이 선다고 했다.
민속촌에서 받은 강원도 상품권이 있어서 구경 나섰다가 나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고생하고 있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약초, 옥수수, 떡을 구입했다.
다음 장소인 오장폭포는 노추산에서 발원한 물이 오장산 계곡을 흐르면서 떨어지는 물줄기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로 알려져 있는데 가뭄 때문인지 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우리는 오장폭포에서 아우라지로 가는 길에 구절리역에 위치한 레일바이크를 타기위해 서둘러 이동했다. 정선 구절리 레일바이크는 예매를 하지 않으면 탑승이 어려울 만큼 인기라고 하였다. 우리는 4인승 바이크에 나눠 탑승해 40분 가량을 탑승했다.
우리는 구절리에서 출발한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름다운 송천계곡을 지나가면서 철길과 강 양쪽에 늘어선 기암절벽과 농촌풍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레일바이크의 출발지인 구절리역에서 종착지인 아우라지역까지는 7.2㎞였지만 내리막이 많아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아우라지역 철로 변에는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된 어름치가 자갈에 산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카페가 있었고, 당일로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 촉박한 여행일정 때문에 억새 축제가 열리는 민둥산과 발왕산, 아우라지강은 버스 안에서 관광할 수 있었다. 아우라지강은 남한강 물 길을 따라 목재를 운반하던 유명한 뗏목터로서 각지에서 모여든 뗏사공들의 아라리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했다. 강 주변에 위치한 정자 옆으로는 아우라지강에서 익사한 처녀의 원혼을 달래 주고자 80년대 중반쯤에 세워진 아우라지 처녀상이라는 동상도 보였다.
일정을 마치고 우리를 타운 버스가 구불구불한 산골길을 벗어나자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이 우리의 귀경을 힘들게 했다.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며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지만 저녁 8시를 훨씬 넘겨 서울에 도착하자 녹초가 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녹록지 않은 일정에 힘든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60부터 라는 말을 실감케 할 만큼 씩씩하신 선배님을 보면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점도 많은 뜻 깊은 여행이었다. 최근 건강 때문에 잠깐 고생하시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셨다는 차혜영 선생님은 나이 들어도 끊임없이 배움에 임하며, 덕을 쌓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일행에게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라는 미국 속담이 문득 생각나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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