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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칼럼

[스펙트럼] 시간의 숲 ‘조몬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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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민 댓글 0건 조회 52회 작성일15-10-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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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숲 ‘조몬스기’

스펙트럼

2015년 여러 가지로 바쁜 일정과 심적인 부담감으로 인해 휴가를 얻지 못하고 어느새 9월을 맞이해버렸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의 사건들, 사람들, 그로 인해 지칠대로 지쳐버린 마음은 휴식의 시간을 원하고, 이럴 때면 항상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어떤 장소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 mononokehime’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는 일본 남단의 섬 야쿠시마. 2011년 지브리 미술관에서 본 작품 자료집 속의 야쿠시마 숲의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 한번 이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던 차에 송일곤 감독의 다큐 영화 ‘시간의 숲’에서 야쿠시마를 다시 만났었다.
 다큐는 박용우와 타카키 리나라는 한국과 일본의 배우 두사람이 영화 속의 인물이 아닌 실제 모습 그대로 야쿠시마에서 첫만남을 가지고 함께 시간을 나누면서 벌어지는 10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큐와 극영화를 오가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와 내레이션은 그 설정에서 오는 불편함이 자연그대로의 야쿠시마섬과 오히려 어울리지 못하고 집중을 방해하는 마이너스 요소였지만, 결국 그 모든 걸 잊게 만든 것은 그냥 그 곳.
그 섬과 숲이었다.
그 곳에는… 아름다운 숲이 있었다.
뭐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운 자연이 거기에 있어서 숲과 나무와 공기와 빛으로 가득차 있는 고요함과 신비를 가득 품은 시간의 숲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의 숲 속에 있다는 7200년을 살아온 삼나무 ‘조몬스기繩文衫’.
상상조차 되지 않는 기나긴 시간을 그 자리에서 움직임 없이 모두 보고 듣고 함께 살아온 나무.
그 존재를 알게 된 순간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만나고 싶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 나무는 어떤 존재일까?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는 순간 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다큐 속 기상악화 속에 무리해서 ‘조몬스기’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던 두사람이 결국 등산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시점, 두사람을 안내하던 가이드는 이렇게 말한다.
‘조몬스기를 만나는 사람들은 굉장한 걸 얻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기도 해요.’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두사람에게 가이드는 다시 말한다.
‘자신의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었을 때는 기대하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지만, 힘들고 지친 맘을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내 기억 속에서 상당히 윤색된…)
지친 몸과 실패했다는 슬픈 마음까지 안고 되돌아가는 두 사람을 위한 작은 위로였을까?
영화 속에서 현실로 빠져나오면서, 다큐속의 두 사람이 그러했던 것처럼 언젠가는 반드시 야쿠시마를 다시! 찾으리라 결심했지만, 현실 속의 나는 항상 작은 핑계를 달고 살며 그 결심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변명을 해본다면 왕복 24km 10시간이 걸린다는 조몬스기를 향한 걸음을 떼기에는 나의  두려움과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올해도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초가을 바람을 맞으며 난 그 곳을 꿈꾸고 있다.
어쩌면 올 가을 훌쩍 짐을 싸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러고 싶다.
마음에 평화를 안고서 ‘조몬스기’를 만날 수 있다면….
시간의 숲에서 기다리고 있을.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지영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진료부장
 
출처: 데일리덴탈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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