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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칼럼

[월요시론/장주혜]장애인 구강보건의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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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은희 댓글 0건 조회 2,395회 작성일08-10-1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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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구강보건의료에 대한 단상


                                     장주혜<서울대 치과병원 임상교수/ 치의신보 집필위원>


장애인 구강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부분은 지체장애인이다. 이는 외부 신체기능의 결함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로 사실상 치과 치료에 한해서는 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에 비해 굳이 ‘치과적 장애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류라면, 일반적인 치과진료에 필요한 행동 조절이 어려운 이들이 속한다. 보통 정신지체, 발달 장애 (자폐증), 뇌병변 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치과 치료는 젖혀 두고라도 일상적으로 시행해야 할 구강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기본적인 저작이나 연하작용도 어려울 때가 많으며 중증 환자의 경우 태어나서부터 잇솔질이란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구강 건강 유지 및 기능 회복에 있어 다각적인 측면에 관여해야 하는 치과의사로서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해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난감할 때가 많다. 이런 경우 보호자나 간병인의 교육도 함께 수반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치과치료라는 것은 맨 정신으로 수술대에 올라가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일이 의사의 지시에 협조해 가며 외과시술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상인에게도 매우 가혹한 일이고 살아가며 겪어야 하는 가장 내키지 않는 일 중의 하나에 속한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의사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 환자들에게 이것을 감행하는 것은 수십 배, 수백 배 어렵다. 두려움이 많은 소아 환자를 시술할 때처럼 치료 시간외에 이미 상당한 시간을 할애 해 일종의 감작 (desensitization) 과정을 거칠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진료실 의자에 앉힌 다음에는 아우성을 치는 환자를 수술대에서 눕힌 채 집도하는 외과의사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장애인 환자의 진료에 훌륭하게 임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많이 보아 왔다. 자신의 병원을 비워 둔 채 보건소나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평균적인 치과의사들은 나날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진료 일정만으로도 벅차다. 매일 마다 시간에 맞춰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뒤로 한 채 이런 일탈과정(?)을 사이에 끼워 넣는 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자연스럽지가 못하기에, 돌출 행동을 하는 정신지체환자들과 일반인들을 좁은 공간에서 함께 기다리게 하는 상황 또한 난감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상황이 장애인을 두고 있는 가족들이 차마 환자를 치과에 데리고 오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책이 강구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예방 및 관리에 관련된 행위도 엄연한 진료행위로 포함시켜 합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치과적 장애인 환자들은 누구보다도 상당한 시간들을 들여서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구강위생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는 대상이다. 암의 조기 발견이 중증 암에 대한 진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치과 치료처럼 고가 진료에 해당하는 분야는 질병의 예방부분이 적극적으로 강조돼야 한다.


둘째, 장애인 환자는 보통 의료보호 대상자인 경우가 많으나 보험 분야의 치과치료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보험 부분에 대해서도 진료비 감면이 실시돼야 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성인이 돼 갈수록 장애의 정도가 증폭돼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 만도 전문시설이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많다. 치과진료비는 이들의 재정적인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셋째, 장애인 환자를 시술할 경우 술자에게도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장애 정도가 심각하지 않을 경우 치과라는 환경에 익숙해지면 일반환자와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경주되기에 우리의 진료 현실은 너무 각박하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장애인 환자에 대한 진료비에 대해 부가적인 할증제를 실행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보험기관에 의해 지급된다.


장애인 구강보건의료사업은 몇몇 사람의 의지와 열정, 일부 단체의 선의, 정부의 제한적인 시혜정책에 의해 이루기에는 너무도 벅찬 일이다. 우리 사회는 자율적인 시장논리에 맡겨 두기에 위험한 지대에 있는 여러 문제들을 이미 훌륭하게 해결해 오고 있다. 장애인 치과진료도 그 중의 하나로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치의신보 10월20일자 월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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