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병장으로 달려가는 뒷모습보며 코끝 찡해
군생활이 인생을 값지게 해줄 거름같은 시간
한금남
대한여자치과의사회 법제이사
박일병
군 입대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작대기 두 개 일병이 되었네.
그저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하며 별 고생 없이 생활하다가 군대에 가서 마음고생 몸 고생 할까 봐 걱정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제법 군인 티도 나고 군복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구나.
입대 전 그 동안 못해본 것들을 해보고 군대에 가겠다며 머리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연락도 없이 친구들과 여기저기 몰려다녀 엄마 맘을 졸이게 해서, 강제로라도 조기입대 시키겠다며 너를 공갈협박하며 괴롭혔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보내놓고 후회 말고 있을 때 잘 해 달라’던 너의 말이 가슴에 맺히는구나.
생각해보니 넌 직장에 다니는 엄마 때문에 너무 일찍 철이 들어 웬만한 일은 네가 알아서 다하고 엄마 아빠에게 거의 걱정을 끼친 적이 없었는데 입대 전 너의 착잡한 맘을 몰라주고 엄마가 닦달만 한 거 같아 미안하구나.
논산 훈련소에 입영하던 4월, 널 보내고 나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연병장으로 달려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니 코끝이 찡해 오는 게 유치한 멜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엄마 아빠도 울고 말았지.
정말 널 그 낯선 곳에 떨구고는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 엄마 아빠도 낯선 도시에서 한참을 머물다 집으로 돌아왔단다.
그 후 일주일 뒤 훈련소에서 보내온 너의 사진 한 장은 군대가 참으로 위대한 곳이란 걸 알게 해줬다.
마냥 헐렁이 같던 너에게 그런 모습이 숨어 있을 줄이야…. 새파랗게 빡빡 밀은 머리에 군기가 바짝 들어서 눈에선 레이저가 쏘아져 나오고 얼굴은 일당백의 결의에 찬 표정으로 가득하더구나.
훈련소의 일상을 전한 너의 편지와 같이 배달되어 온 옷 꾸러미에는 아직도 너의 체온이 스며있는 듯하여 한참을 품에 안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힘든 6주간의 시간을 잘 버티고 홍천으로 자대배치 받았다며 걸려온 전화에서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는 제법 군기가 느껴지는 게 ‘아, 이제 나라를 든든히 지키는 아들 믿고 두 다리 뻗고 자도 되겠다!’ 싶더라구.
첫 면회 때 군기가 팍 들어 경직된 듯 한 너의 모습 때문에 걱정했지만 지금은 후임병도 생기고 자칭 육군 공병대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중이라며 너스레 떠는 너의 모습엔 여유도 묻어나더구나.
네가 군대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요즘 군대 참 좋아졌다며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의 믿거나 말거나 한 수준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군 생활을 추억하신단다.
원용아
군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아깝고 아쉬운 맘이 들겠지만 어찌 생각하면 쉬지 않고 달려온 너에게는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의 되돌이표이며 쉼표가 되어 너의 인생을 더욱 값지게 해줄 거름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또 이 시간을 다 마치고 나면 대한민국 남자에게 병역의 의무가 특별한 의미인 우리나라에서 넌 이제 그 어떤 자리에서도 당당해질 것이라 엄마는 믿는다.
앞으로 남은 군대에서의 시간들을 소중히 보내고 제대하는 그 날까지 몸 건강히 지내라
다음 휴가 때 보자. 안녕.
댓글목록
김은숙님의 댓글
김은숙 작성일아들에 대한 사랑이 뭉클해요. 건강하게 대한의 남아로 충성하고 계시는 아드님께 박수 보냅니다.!!
김희경님의 댓글
김희경 작성일샘의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여
제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Time flies like an arrow.
아들을 그리워하며 쓴 이글을 금방 추억하게 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