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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칼럼

[수필/김지희]대여치와 함께한 역사문화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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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진희 댓글 0건 조회 368회 작성일11-07-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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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불상과 함께 한‘넉넉한’하루



김지희원장(서울프라임치과)


6월의 새벽공기가 기분 좋다.

오늘은 대여치‘10차 역사문화탐방’전북 김제 금산사와 전주를 가기로 한 날이다.

금산사의 진입도로가 갈라지는 반대편 길은 그 유명한 김제 벽골제 가는 길이다.

모악산의 산세도 근사했다. 강원도처럼 날카롭고 우람하진 않지만 또 남도처럼

둥글둥글 얕트막한 것도 아닌 딱 한반도 중간쯤이면 어울릴 듯한 그런 느낌이다.


상상한대로 금산사의 규모는 컸다.

대웅전에 준하는 대적광전 앞마당은 넓직한학교 운동장을 연상시켰다.

예전에 승병의 거점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수긍케 하는 툭 터진 시야가

수많은 사람들을 규합할 수 있는 기능을 충분히 수행했을 것으로 가늠이 된다.

듬성듬성 배치된 전각들 사이로 오밀조밀 정겨운 사찰과는 다른 비어 있는 공간의 한가로움

이 바람과 함께 마음을 훑는다.


보제루를 거치면 정면으로 대적광전이 자리한다.

5불 6보살, 그것도 제법 크기가 큰 불상이 11분이나 모셔져 있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나라 전각 중 옆으로 가장 길다고 한다. 경내를 바라보면 좌, 우로 수령이 제법

될 듯 한 보리수나무가 근사하게 자리하고 있다. 모습만 근사한 것이 아니고 뜨거운 해를 피

할 수 있는 넉넉한 그늘도 제공한다.


3층 높이의 미륵전에서는 낡고 오랜 단청의 빛깔이‘나는 국보요’라고 도장을 꾹 누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법당을 기웃거리니 평소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것은 부처님의 무릎이다. 한참

을 올려다봐야 그 존안을 볼 수 있으니 중앙의 부처님은 높이가 거의 12미터에 달하고 좌우

협시보살은 9미터 정도이다. 실내에 모셔진 것으로는 국내 최대, 최고일 것으로 여겨진다.

규모가 큰 사찰은 나름의 넉넉함과 공간에 대한 너그러움, 탄탄한 역사적 배경 등으로 우리

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 같다.


최근 드라마 촬영 장소로 관심을 끌게 된 전주향교를 방문했다.

소박하고 간결한 유교적 건물의 모습에서 절제된 생활이 몸에 밴 조선시대 선비들의 이미지

가 투영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제향과 강학 공간으로서 지방교육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향교. 텅 빈 그곳에서 바쁘고 복잡한 우리들이 잊고 사는 덕목인‘인, 의, 예,

지'신’을 떠올려본다.


경기전은 최근 몇 년 새에 부속건물들이 생기면서 제법 그 위용이 살아난 것 같아 보기 좋았

다. 어진 박물관으로 새로 마련한 공간에 모셔진 태조 이성계의 모습은 이제 이곳이 나의 공

간이라 여겨진 듯 편안하게 보이기까지 한 것은 착각일까.


임실 옥정호로 전주 시내를 빠져 나갔다. 비가 좀 왔더라면 출렁이는 수면이 더 매혹적이였

을텐데. 호수 표면을 눈부시게 매만지는 햇살과 살짝 소름 돋우는 바람, 그리고 차가운 말차
슬러쉬. 정신을 놓게 하는 이 여유로움에 취하여 몸이 기울고 싶어진다. 팽팽히 에누리 없는
일상에서 가끔 맛보는 이런 기분은 참으로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오후를 다 버려도 될

것 같은 공간이지만 내일의 약속을 지켜야하는 삶들은 자리를 떨쳐야 하는 아쉬움에 시간을
접고 서울로 향한다. 일년 365일이 오늘만 같아라. 과욕을 부려본다.



<출처:치과신문-201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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