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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칼럼

[릴레이수필/전혜림]진료실과 대기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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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지숙 댓글 1건 조회 872회 작성일11-01-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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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과 대기실 사이
릴레이수필

병원지탱해주는 환자 대할 때마다 최선 다해

 

환자 기대하는 의료 서비스 질 높이도록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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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림(대한여자치과의사회 재무이사)

 

 

 

 

 

 

 

 

한자리에서 작은 치과를 시작한 지도 17년이 되었으니 적지 않은 시간을 개업의로 살았습니다.
 개업 초기에는 미숙한 점이 많았지만 주위에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 어려운 일이 생겨 도움을 요청하면 자기 일인 듯 도와주셨고 환자분들도 의사의 실수에 조금은 너그러워 잘 지낼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직원들과의 회식 때 우리 치과에 오는 환자분들은 참 착한 것 같다고 하는데 직원들이 ‘뭘 모르는 원장이군’ 하는 표정으로 대답이 시원치가 않아서 나만의 착각인가? 하는 순간 한 목소리로 진료실에서의 모습과 대기실에서의 모습이 상당히 다르다며 자기들의 실수에는 얼마나 무섭게 따지며 가끔은 심한 말을 하거나 반말로 시종일관 지시하듯 하는 등의 불만을 열거하기 시작하기에 ‘아 ! 괜한 이야기로 회식을 망쳤구나’ 후회하였습니다.

 특히 직원들이 견디기 힘든 경우, 오늘은 진료실에서 큰소리가 나겠구나 하고 마음 졸이고 있으면 너무 조용하게 인사를 나누고 치료를 받아서 대기실의 그 분과 진료실의 저 분이 같은 분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치과에 근무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고 하니 참 난감했어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또 생각의 전환이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치과 대기실에서 불평하는 환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좀 거창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직원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까지 진료실이 환자들에게 성역(?)이니 얼마나 다행이며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약속시간에 진료를 안 해주면서 왜 약속은 잡느냐? 병원의 편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냐, 진료비가 왜 이리 비싸냐, 치료는 제대로 한 것이냐…. 
수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가끔은 큰소리가 나기 일보직전의 상황으로 화를 내기도 하지만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갑자기 순한 양인 듯 인사하고 치료 잘 받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나가니 아직도 우리 병원이 존재할 수 있고 원장인 나와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지 않느냐, 만약 그 선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병원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화를 내다가도 진료실에서 치료 잘 받고 또 다시 내원해 주는 환자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 병원을 지탱하게 하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생각하면 그 분들을 대할 때 좀 더 따뜻한 눈길과 미소로 대할 수 있어 그 후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 예로 제품에 불만이 있을 때 전화를 이용하거나, 직접 매장을 찾거나 상관없이 표현한 고객이 불만을 표현하지 않은 고객보다 다시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통계자료를 보여주며, 비록 불만을 말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재구매율이 높다고 하니 병원에서 불편한 마음이 있을 때 표현해 주는 환자분들은 병원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고마운 분들이므로 좀 더 귀 기울려 들어주고 공감해 주며 신경 쓴다면 좋은 고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입니다.

 불평을 듣게 되는 직원들의 입장에 대한 고충도 이해하고 있으며 원장으로써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너무 원장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지만 대기실 담당 직원이 불만을 표현하는 환자가 이제는 무섭지 않고, 더 편안해졌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같은 사항을 보는 눈도 달라지게 하니 회식비가 아깝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 사회적 불안이 심해지고 불경기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어 치과를 찾는 환자분들도 예민함이 이전보다 더한 것 같습니다.
병원 접근성이 좋아지고 인터넷을 통하여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환자들이 기대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있으나 기대만큼 따라가지 못하며 대형치과병원들이 주위에 많이 생김으로 해서 작은 동네치과의 한계를 느낍니다.
사소한 잘못이나 말투에도 날카로워지니 개업 초기보다 더 많이 신경 쓰이지만 아직은 진료실이 무너지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따뜻한 눈으로 인사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출처: 치학신문 제558호-2010,12,27 >

댓글목록

김은숙님의 댓글

김은숙 작성일

평소 정확, 신속, 원칙적 이미지의  재무이사님 의 수필이라 눈에 바로 띄였습니다.  따뜻하며 배려의 마음까지 지니셨으니 그대는  "훗훗훗 멋쟁이 " 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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