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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칼럼

[수필/문은재]군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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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지숙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12-05-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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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다녀와서
▶ 대여치 역사문화탐방 ◀
newsdaybox_top.gif 2012년 05월 04일 (금) 13:27:34 웃는치과의원 문은재 원장 btn_sendmail.gif- newsdaybox_dn.gif
   
I. 삶 
   몇 년 전에도 장소희선생이 여자치과의사 모임에 나를 초대한 적이 있다. 그때는 사뿐히 거절했었다. "난 여자들만 많은 데는 안갈 꺼야!" 그땐 그랬었다. 영리한 장소희는 이번엔 내 아들을 공략했다. "325일에 역사문화탐방이 있거든. 너네 엄마 갔다 와도 되지?" ", ... ..."  그렇게 해서 무사히 이번 탐방 길에 오르게 되었다.
  아들은 고3이다. 그 녀석이 소희 앞에서는 고분고분하다. 나랑 단둘이 있을 때는 안 그런다. 상상에 맡기겠다역시 아들 하나 키우고 있는 동기 OO랑 애 키우는 얘기 하다가 "문은재가 이렇게 살줄 몰랐다."라는 말도 들었다. 나도 이럴 줄은 몰랐지만 그러나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II. 빛깔
   나는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어렸을 때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한옥에 살았었다. 마당 한구석엔 염소도 키우는 그런 집이었다그 잿빛 기와지붕의 집에서 대나무로 만든 30센티미터 자로 아버지한테 손바닥을 한대 딱 맞았던 기억이 난다. 겨울철 웃풍 많은 한옥 집, 아랫목에 깔아놓은 이불속 자리다툼으로 발길질하다 동생 울리고 아버지한테 맞았었다. 엄마에겐 수시로 등짝이며 엉덩이 등을 얻어맞곤 했지만, 아버지한테 맞은 건 그때가 유일하다.
  군산 시내를 다니는 버스 속에서 내 눈은 그런 잿빛 기와지붕들만 찾고 있었다. 지금은 가게라고 부르지만 옛날에는 상점이라고 불렀던, 그런 점포들도 몇몇은 보였다. 그리고... 목조 2층집들...  어렸을 때 애들끼리 일제시대 집이라고 뭉뚱그려 불렀던 그 집들이 소설책 속에서는 적산가옥이라고 불리 우는 게 어찌나 비장한 느낌을 주는 이름이었던지... 우리 어렸을 때도 이미 오래된 집들이었는데 군산에는 아직도 오래된 집으로 실재하고 있었다. 히로쯔 가옥의 오래되어 검어진 목조 구조물들, 정원의 아직 살아있는 나무들... 살아 있는 나무들도 오래되면 밑둥이 검어진다. 이영춘 가옥의 나무들도 오래되어 검고 퉁퉁한 밑둥으로 자신의 세월을 증명했다.
 III. 삶의 빛깔
  삶을 빛깔이라는 스펙트럼으로 얘기하는 건 내 군번으로는 아직 쑥스럽다. 그건 그만큼의 내공을 쌓은 사람의 입에서만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어구를 흘려보내지 않고 기꺼이 걸러 캐치하는 필터를 갖춘 것도, 그만큼의 내공의 역사가 쌓인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역사문화탐방에 이 두 분이 다 계시다.
 감히 아직 나 또한 비슷한 빛깔이라고.. 어디 감히..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렇게는 말씀드리기 힘들다. 다만 비슷해지고 싶은 아름다운 빛깔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이제 새록새록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뻤다.
  지금 어디선가 치과와 또한 치과 아닌 다른 많은 일들로 일주일이 모두 바쁜 또 다른 그녀들도, 때가 되면 탐방 길을 함께 걷고 이렇게 후기도 쓰게 될 것이다... 그녀들을 기다린다...
 
 
 
<출처:덴탈포커스-20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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