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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칼럼

수줍은 치과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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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민 댓글 0건 조회 71회 작성일15-03-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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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치과탐방

스펙트럼

해외에 있을 때 다른 분들은 언제 내가 외국에 나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지, 무엇을 보고 가장 이국적인 느낌을 받는지 궁금하다. 나는 간판을 보면 ‘아 내가 정말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땅에 와 있구나, 내가 바다 건너 남의 나라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말로 쓰인 글자의 간판들이 달린 마켓, 카페만 봐도 참 설레는데 이 중 나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치과이다.
치과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생긴 습관 중 하나인데, 언제부턴가 해외에 나가면 나도 모르게 치과 간판을 찾아 두리번 두리번 거리곤 한다. 여행을 가려고 책을 사면 지도에 혹시 치과 대학교가 있는 근교 대학은 없나 찾아보기도 한다.
사람이 참 재미있는 것이, 관심이 가니까 더 많이 보이나 보다. 모르는 글자들로 가득한 간판의 향연 속에서 Dental clinic, 齒科醫院 등의 글자는 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언어를 모르는 곳에 가면 눈코입이 달린 치아모양의 캐릭터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그리고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그 앞에 다가가서 찰칵, 사진을 남긴다.
처음엔 이렇게 소심하게 시작된 나의 호기심이 점점 커져서 이제는 치과 내부로 노크를 하고 들어가는 단계로 발전했다. 하얀 치아 모양의 간판을 보고 용기를 내어 상하이의 한 치과에 들어가 보았다. 중국어가 짧은지라 딱히 긴 말을 하지도 못하고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저는 한국에서 온 학생인데, 치과 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중국의 치과는 어떤지 궁금해서 들어와 보았는데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라고 물었다. (사실 저것은 내가 하고자 한 말이었고 그 직원이 듣기에는 아마도 ‘나는 한국에서 온 치과 학생, 중국 치과, 구경?’ 정도의 단어의 나열로 들렸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조금 우습기도 하다.) 데스크 직원은 적잖이 당황했는지 안에 있던 의사를 불렀고 다행히도 의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미소를 띠며 진료실 내부를 살짝 구경시켜 주었다.
가끔은 치과 앞에서 서성이며 유리문 안을 기웃거릴 때도 있고 간간히 용기가 날 때는 내부로 들어가 보기도 하는 나의 소심한 치과 탐방이 벌써 몇 차례 지속되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각자의 특색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내가 느낀 점은 참 청결하고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치과 주변 거리가 지저분하거나, 오래되고 낡은 건물에 위치한 치과도 있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그 특유의 깨끗함과 밝음이 나를 반겼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치과도 있었지만 그것은 마치 유적처럼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지 낡고 지저분하거나 고루한 느낌이 아니었다.
나도 언젠가는 개원을 하고 내 이름의 병원을 갖게 될 것이다. 환자가 처음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는 청결한 느낌, 밝고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매일 병원을 관리해야 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이 글을 보시는 선, 후배님들도 앞으로 해외에 나가면 수많은 간판들을 헤치고 각종 언어로 된 ‘치과’라는 글자가 눈에 쏙쏙 들어 오실지도 모르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지희 이플러스치과의원
 
출처: 데일리덴탈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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