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여자치과의사회 해외 의료 봉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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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은진 댓글 0건 조회 1,006회 작성일19-12-06 17:3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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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자치과의사회 해외 의료 봉사를 소개합니다
9년 전에 우연히 필리핀 의료봉사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당시 20대의 새내기 치과의사였던 나는 국내외 이동 진료소에서 소소하게 의료 봉사를 했던 약간의 경험을 가지고
겁 없이 따라나섰는데, 많은 선배 여성 치과의사들이 명절 연휴에 가정을 뒤로 한 채(무려 설 연휴 기간이었다.)
진료 봉사에 열정을 표하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받았던 깊은 인상을 글로 표현하여 대여치 이사회 때 객원 멤버(?)로서 발표도 하고
치의신보와 대여치 소식지에 글을 실기도 하면서 대여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의료 봉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만큼, 나에게 있어 대여치는 항상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해외 의료 봉사에도 매년 따라나서곤 했는데, 3년 전에 개원하게 되면서 한동안 참석하지 못하다가
이번 2019년도 캄보디아 파일린 해외 봉사에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
시간적, 심적인 여유가 그다지 없는 상황인 만큼,
‘어영부영하지 말고 의미 있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하고 오자.’는 다짐 덕분이었을까,
특별히 ‘힘들다, 피곤하다’는 느낌도 거의 받지 못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짐한 것이 있었다.
선생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좋은 일을 하시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릴 수 있도록 메모와 사진 등 구체적인 자료를 모아서 돌아오는 것이었다.
좋은 일을 조용히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소개하고 격려받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나쁜 일은 항상 화제가 되지만, 좋은 일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새삼스럽게 의료 윤리가 강조되고 있는 요즈음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묵묵히 집중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더불어 이야기하고 싶다.
이번에 방문했던 캄보디아 파일린은 대여치 해외 의료 봉사팀이 무려 6년째 찾고 있는 곳이다.
씨엠립 공항에 내려서도 4~5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갈 수 있는 시골이다.
이번 해외 의료 봉사팀은 총 8명으로, 늘 그랬듯 면면이 화려했다.
매해 우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허윤희 단장님,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장소희 서여치 회장님,
시원한 에너지드링크 같은 여자 이수정 선생님, 재주가 많으셔서 심지어 쇼핑까지 잘 하시는 황혜경 선생님,
깨알 같은 웃음소리가 매력인 신지연 선생님, 보석 같은 눈동자와 마음씨를 가진 김선미 선생님,
똑똑하고 야무진 막내 이아현 선생님, 그리고 나까지. 우리들은 봉고차를 타고 이동하여
파일린 메디컬 센터(보건소)에 간이 진료소를 꾸렸다.
물론 이 과정에는 현지에 진출하여 사업체를 꾸리고 있는 한국 분들의 도움이 컸다.
세팅한 이동식 유닛은 총 4대였다. 물론 우리들은 처음부터, 이 4대의 유닛이 봉사 기간 내내
원활하게 기능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역시나 전력 공급상의 문제, 핸드피스 자체의 문제 등으로
이따금씩 기계는 멈춰 섰고, 그럴 때면 잠시 쉬거나 기계를 손봐가며 진료를 했다.
파일린 메디컬 센터에도 치과 유닛이 두 대 있기는 했다. 그러나 한 대는 완전히 고장 난 상태였고,
나머지 한 대는 핸드피스, 에어 블로우, 스케일러가 고장난 상태로 라이트 기능만이 온전한 상태였다.
이것만 봐도 이곳 주민들의 치과 진료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6년째 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줄을 섰다. 교복을 입고 씩씩하게 진료 받는 학생들부터
고혈압이 있어 이를 빼도 괜찮냐고 연신 물어보는 할머니까지. 이가 아프다, 흔들린다, 어금니에 구멍이 났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까맣게 썩어버린 앞니를 가리키며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유명한 ‘매슬로(Maslow)’의 인간의 기본 욕구 이론에 따르면, 심미 욕구는 피라미드의 꼭대기 부분에 위치하는 고차원적인 욕구로서,
이곳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앞니’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는 것은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었구나,
하며 기꺼워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손은 더욱 바빠져야만 했다.
깊은 우식으로 인해 근관치료에 들어가게 되는 일이 많아 더욱 그랬다.
몇몇 선생님들이 보다 확실한 근관치료를 위해 Niti 파일과 엔진, 근관충전기를 가져오셨는데
그 선생님들은 하루 종일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잔존 치근을 발치하러 온 주민들도 많았다.
심한 우식으로 치관이 부러지고 남은 치근들을 뽑아달라고 하는 경우인데,
초등학생인데도 제 1대구치가 잔존 치근 형태로만 남은 경우도 허다했다.
제 1대구치를 막 발치한 어린 학생이 피 묻은 거즈를 문 채로, 눈짓과 손짓으로 내게 감사 인사를 하는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봉사를 마무리한 후, 허윤희 단장님께서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다음 회차의 진료 봉사 때는 초등학교의 한 학년을 대상으로 하여 집중적인 수복&예방 치료와 교육을 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치과 주치의 사업’처럼 말이다.
행정 부처 간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실현 가능 여부는 내년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유년기, 학령기 아이들의 집중 치아 관리와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쉴 새 없는 근관치료, 충전치료, 발치, 스케일링…… 사실 걱정도 된다.
우리가 떠나고 난 뒤에 통증이 생기면 어떡하나, 누가 고쳐 주나,
내년에 또다시 진료 봉사를 올 텐데 ‘그동안 아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원래 좋은 일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합병증 없이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진료실 기구를 그대로 챙겨와
정성껏 치료하시는 선생님들이 많다. 그 덕분일까, 감사하게도 지난 6년간 진료 봉사가 별 탈 없이 이루어졌다.
이번에도 4일 동안 258명의 현지 주민들을 치료했다. 진료 건수로 따지면 500건이 넘는다.
우리들의 노력이 파일린 주민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표현되었기를 바라며, 내년에도 환하게 웃으면서 그들과 손 인사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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